본 시리즈는 베스핀글로벌 윤현집 마케팅 실장이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초청 AI 트렌드 세미나에서 강연한 ‘열린 창(窓)으로 업(業)을 바라보기’를 테크블로그 연재용으로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총 4회에 걸쳐 지금 AI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그 이면의 경계선, 기업이 쌓아야 할 진짜 자산, 그리고 내일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실행 방법을 다룹니다.
엔진을 만든 회사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바꾼 회사가 벌었습니다
산업혁명의 역사를 돌아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하나 있습니다. 1차 산업혁명(1784~)은 증기로 기계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2차 산업혁명(1870~)은 전기로 기계가 대량생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3차 산업혁명(1969~)은 컴퓨팅 파워로 기계가 자동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2010~) “데이터”로 기계가 생각을 하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각 혁명 때마다 가장 큰 가치를 만든 곳은 어떤 기업일까요? 전기를 발명한 에디슨은 전기 공급 표준을 두고 니콜라 테슬라 및 조지 웨스팅하우스와 격렬한 ‘전류 전쟁’을 벌였는데요. 결과적으로 교류 진영에 완패하면서 에디슨이 세운 회사는 투자자들에 의해 합병되었습니다. 오늘날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이죠.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을 개발한 팀 버너스리 (Tim Berners-Lee)는 특허권을 전면 포기하고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습니다.
3차 산업혁명 때, 컴퓨터를 처음 만들었던 엔진 그 자체를 만든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그 엔진 위에서 일하는 방식을 바꾼 회사였죠. 포드가 그랬고, 아마존과 넷플릭스가 그랬습니다.
큰 흐름을 타지 못하고 퇴보한 회사들의 사례를 놓치면 안됩니다. 노키아는 어떤 하드웨어 보다 훌륭한 제품을 가졌지만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도태되었고, 야후는 수많은 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뾰족하게 사용한 기술이 없어서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이제, 다시 AI라는 또다른 창(窓)이 열렸습니다. 2023년 ChatGPT가 시장을 강타하고 1년 후, 서울경제가 조사한 설문에서 150여 개 국내 주요 기업 CEO들은 “AI에 밀리면 100년 격차가 생길까 두렵다”고 답했었습니다. 경영에 AI를 활용하고 있고, 활용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으며, 투자 의지도 있다고 답했었습니다.
이번 회에서는 먼저 지금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부터 살펴보겠습니다.
AI로 창업해서 이렇게 됐습니다 (해외)
| 회사 | 무엇을 파는가 | 성과 |
|---|---|---|
| Cursor | 개발자용 AI 코드 에디터 | ARR 1억 → 10억 달러까지 10개월. B2B 소프트웨어 사상 최단 기록 |
| Lovable | 말로 설명하면 앱을 만들어 주는 도구 | 창업 14개월 만에 ARR 5억 달러 · 직원 146명 (스톡홀름) |
| Harvey | 로펌을 위한 법률 AI | ARR 1억(‘25.8) → 1.9억(‘26.1) → 3억 달러 · 변호사 10만 명, 1,300개 조직 |
| Legora | 유럽 법률 AI | 18개월 만에 ARR 1억 달러 · 기업가치 55억 달러 (스톡홀름) |
| Abridge | 진료 대화를 자동으로 진료기록으로 | ARR 1억 달러 돌파 · 미국 병원 250곳 이상 도입 |
| Sierra | 기업 고객상담 AI 에이전트 | 7개 분기 만에 ARR 1.5억 달러 |
| Midjourney | 이미지 생성 | 외부 투자 없이, 수십 명 규모로 연 수억 달러 매출 (인당 매출 140억 원 수준) |
| Avoca | 냉난방·배관 업체의 배차 전화를 받는 음성 AI | 2026년 4월 기업가치 10억 달러 |
Midjourney는 지난 2024년 미국 콜로라도주박람회 미술전에서 게임 디자이너인 제이슨 앨런(Jason M. Allen)이 제출한 작품 ‘스페이스오페라극장’이라는 작품으로 신인 디지털 아티스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유명한 이미지 생성 AI 기업이죠. 상장도 하지 않은 AI 이미지 생성 기업입니다. 2025년 약 7,000억원, 2024년 약 4,200억 가량을 벌어들였습니다. 그런데 임직원이 몇 명인 줄 아세요? 링크드인이 집계한 인원은 약 50명입니다. 인당 매출이 약 140억원입니다.
이 표에서 가장 눈여겨볼 이름은 화려한 코딩 도구도, 법률 AI도 아닌 Avoca입니다. 배관업체의 배차 전화를 받아주는 AI가 1조 원짜리 회사가 됐는데요. 고객 1,000곳 이상, 누적 투자 약 1,750억 원, 추정 임직원 100명, 기업가치 약 1조 4,000억 원입니다. Avoca가 말해주는 건 분명합니다.
버티컬은 ‘멋있는 산업’이 아니라 ‘워크플로우가 깊은 산업’을 뜻한다는 것이죠.

미드저니(Midjourney)로 생성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
한국 팀도 이미 같은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
| 회사·기관 | 무엇을 하는가 | 성과 |
|---|---|---|
| 라이너 | 출처를 문장 단위로 붙이는 AI 검색 | 220여 개국 1,300만 사용자 · 90% 이상 해외 · 팀 40여 명 · IPO 주관사 선정 |
| 뤼튼테크놀로지스 | 생활형 AI 슈퍼앱 | 국내 B2C 월 활성 사용자 600만 명대 · 5회 투자 유치 |
| 업스테이지 | Solar LLM · 문서 파싱과 정보 추출 | 100명대 팀으로 글로벌 엔터프라이즈에 B2B SaaS 공급 |
| 트웰브랩스 | 영상을 이해하는 멀티모달 AI | 본사를 샌프란시스코에 두고 엔비디아 AI 생태계 합류 |
| 리벨리온 | AI 반도체 | AI 인프라 대표 주자 · 해외 투자 유치 |
| 퓨리오사AI | AI 반도체 | AI 인프라 대표 주자 · 해외 투자 유치 |
이 사례들이 말해주는 것은 하나입니다. 진입장벽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남은 장벽은 ‘무엇을 만들지 아는 것’입니다.
다만 경고 하나를 함께 적어둡니다. 외형이 빠르게 컸던 한 국내 AI 기업은 적자가 함께 빠르게 늘면서 대형 증권사가 IPO 주관을 고사한 일이 있었는데요. 2026년의 시장은 성장보다 단위경제(Unit Economics)를 먼저 봅니다.
창업이 아니라 ‘전환’으로 성과를 낸 쪽 (기존 기업)
| 회사 | 무엇을 바꿨나 | 성과 |
|---|---|---|
| Klarna | 고객상담을 AI 에이전트로 | 첫 달 230만 건 처리 · 응대 11분 → 2분 미만 · 853명분 업무, 연 6천만 달러 절감 |
| 베스핀글로벌 | 사내 운영 업무를 에이전트로 | 사내 에이전트 511개 · 연 36,800시간 절감 · IT 운영 자동화 95% · 생산성 70%↑ |
| 글로벌 제조 평균 | 생산·정비·품질을 에이전트로 | 생산성 5~15% 향상 · 운영비 10~30% 절감 · 현장 이슈 해결 최대 50% 단축 |
| H 제조사 (국내) | 기존 유선전화망 위에 음성주문 AI | 연 162억 원 절감 · 투자는 월 2천만 원 |
여기서 중요한 관찰이 하나 있는데요. 성과는 ‘대체’가 아니라 ‘재배치’에서 나왔습니다. 1차 응대는 AI가 맡고, 사람은 더 높은 판단의 자리로 올라갔죠. 그리고 준비가 관건입니다. 제조기업의 98%가 AI 도입을 검토하지만, 운영 준비가 끝난 곳은 20%에 불과합니다.
정리하며
창은 열렸고, 해외와 국내 모두에서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배관 전화를 받는 AI가 유니콘이 되고, 코드를 한 줄도 쓰지 않은 교사 101명이 에이전트 101종을 만드는 시대인데요. 그렇다면 낙관만 하면 될까요? 다음 회에서는 이 낙관의 반대편, 즉 지금 우리가 함께 봐야 할 경계선을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의 AI는 당신이 쓸 가장 뒤떨어진 AI”라는 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도입이 실패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다음 회: ② 오늘의 AI는 당신이 쓸 가장 뒤떨어진 AI입니다